한·미 정상회담 이후 시작된 정부의 고민 [강문성의 경제 돋보기]
- 기술·공급망·기후변화·보건안보 등 다양한 방면에서 한국의 적극적 역할 기대하는
미국
[경제 돋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이 마무리됐다. 한국과 일본을 차례대로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양국 정상회담 외에도 삼성 반도체 공장 방문, 현대차 방문 등
경제적 일정을 중심으로 방한 일정을 진행했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한국은 물론 미국 현지에서도 높은 관심과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태평양 지역이 미국의 번영과 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지역이라는 것은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공통된 인식을 지니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의 전략과 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이 가지는 의미는 높다고 판단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5월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아세안 지도자들과의 회동에 이어 한국과 일본 순방을 진행했다. 이번 아시아 순방의 마지막이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 정상회담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인도·태평양 지역에 공을 들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결국 인도·태평양 지역에 규범 중심의 질서를 확립하고
아시아 동맹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미국의 목표이고 이러한 목표를 구현하는 매개체로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의 출범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IPEF
출범을 통한 미국의 의도는 중국 견제와 동시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경제적 리더십을 강화하는 것이다. 출범
이후 ‘노동자 중심의 무역 정책(worker-centric trade
policy)’을 주창해 온 바이든 행정부는 관세 인하와 시장 접근을 통한 무역 협정은 미국 노동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간주하고
있다. 이러한 철학 아래 기존의 무역 협정 대신 다양한 형태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과 경제 통합을 형성하려는 구상이 IPEF에 반영됐다고 판단된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현재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으로 규정하고 공정하고 회복력 있는 무역, 공급망 회복력, 인프라·청정에너지·탈탄소, 조세·반부패 등
총 4개의 분야에서 협력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미국·일본·호주·뉴질랜드·인도 등 총 13개국이
참여하는 IPEF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 발전 수준이 낮은 참여국의 처지를 고려해
상기 4개 분야를 선택적으로 골라 협상에 임하는 모듈형 접근 방법(modular
approach)을 통해 협상의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IPEF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도전적인 요소 역시 존재한다. 먼저
미국의 관점에서 IPEF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지원이 담보돼야 한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회복력 있는 무역, 공급망 회복력, 인프라 등에 협력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 정권에서 악화한 한·일
관계의 개선 없이 공동 번영을 위한 참여와 지원이 효율적으로 수행되기 어렵다.
또 4가지 이슈별로 얼마만큼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고 어떠한 수준의 구속력을 가진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있는지가
인도·태평양 지역을 규범 중심의 질서 구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분야별로 참여국의 임계 질량(critical mass)이 확보되지
않고 규범의 구속력 역시 강하지 않다면 해당 규범의 의미는 약화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참여국의 경제
발전 수준을 고려해 협상의 유연성을 낮춰 참여국 수를 늘리는 데 성공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흥행을 이어 가고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이 한국에 원하는 것은 명확해졌다. 지난 정권에서
남북 관계에 집중된 전략적 초점을 기술, 공급망, 기후 변화, 보건 안보 등 다양한 방면에서 한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를 미국은 원하고 있다. 이제 한국 정부는 경제 안보 측면에서 우리의 강점을 더욱 강화하고 이를 활용해 국제 관계 측면에서 한국의 역할을
높일 전략과 비전을 설정해야 한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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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206016266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