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성의 세계는 통상 전쟁중] 한일 통상관계: 반도체를 중심으로


2023년 3월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데 이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5월 한국을 방문하면서, 그동안 중단됐던 한일 셔틀 외교가 복원됐다. 이는 2018년 대법원의 강제노역 피해자에 대한 배상 확정판결 이후 악화된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 한국 핵심 산업의 소재 3개 품목(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 폴리이미드)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했다. 그럼, 이러한 조치가 한일 양국 간 반도체 관련 통상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먼저, 불화수소의 경우 대일 수입이 급격히 감소했지만, 대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증가했다. 2018년 41.9%이던 불화수소의 대일 수입 비중은 2022년 7.7%로 급격히 감소했다. 이에 반해 2018년 52.0%이던 불화수소의 대중 수입 비중이 2022년에는 80.1%까지 치솟았다.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2018년 대일 수입 비중이 93.2%이었으나 2022년 77.4%로 소폭 하락했다. 대신 벨기에의 수입 비중이 2018년 0.8%에서 2022년 15.7%로 증가했으나, 벨기에 소재 일본 합작법인으로부터의 수입 증가에 기인하는 걸로 나타났다. 불화 폴리이미드의 경우 일본의 수출규제 시행 이전에 이미 상당한 국산화가 진행됐고, 최근에는 불화 폴리이미드 대신 투명 폴리이미드로 대체되는 상황이어서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종합하면, 일본 정부의 정책이 제시되면 기업은 결국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정부가 정책을 내놓으면 기업은 대책을 내놓는다’라는 시중의 진리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수입선 변화로 인한 추가적인 비용이 상승하고 무역전환 효과로 인해 중국과 대만 등이 반사이익을 챙긴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일본 역시 반도체 협력 파트너를 기존의 한국에서 대만으로 선회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사진=픽사베이

반도체. 사진=픽사베이
 
 그럼, 한국의 대일 반도체 부문 전체 수입은 어떠한 변화를 초래했을까? 지난해 품목별 대일 수입 통계를 살펴보면, 반도체(부품 포함, MTI 831) 부문이 77.7억 달러를 기록해 가장 많은 금액을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반도체 제조용 장비(MTI 732)가 55.3억 달러를 기록하며 대일 수입 순위 2위를 기록했다. 결국 한국의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용 장비관련수입이 대일 수입의 24.3%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MTI 831) 부문의 세부 품목 중 프로세서와 컨트롤러(MTI 831120)의 수입이 2022년 49.6억 달러를 기록해반도체(MTI 831) 수입의 89.7%를 차지했다. 한국이 강점이 있는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컨트롤러가 필요한데, 대만 외에도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즉, 일본은 반도체 최종재 생산에서는 경쟁력을 상실했지만, 반도체 부품, 반도체 제조용 장비와 그 부품 등에서는 아직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2013년 엘피다 메모리가 미국의 마이크론에 인수된 이후 키오시아(Kioxia) 등이 일본 메모리 반도체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계가 뚜렷하고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 웨스턴 디지털(WDC)과의 합병을 타진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최종재 생산과는 달리 반도체 부품, 반도체 제조용 장비와 그 부품 등에서는 아직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미국, 대만 역시 일본과의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강점은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분야에서의 대중국 봉쇄정책 이후 일본이 뜨는 이유이다.
 
 

이러한 일본의 강점을 한국의 삼성전자 역시 인정하고 일본 반도체 분야 협력을 꾀하고 있다. 한국이 일본과 반도체 협력을 강화한다면, 일본-대만의 반도체 연합을 부분적으로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한국-미국-일본-대만의 연합이 강화돼반도체 세계지형을 변화시킬 것이며 한국이 원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 강문성 고려대 국제대학 학장 겸 국제대학원 원장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https://www.gokorea.kr/news/articleView.html?idxno=74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