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사] 신흥안보, 나토와 협력의 접점으로 삼아야




우크라이나 전쟁은 시간을 과거로 되돌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재래전과 전통안보로 보이는 한 꺼풀을 벗겨내면 사이버와 신흥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안보적 양상이 바로 부각된다.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과 재편으로 인한 경제안보의 위협도 실시간으로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 팬더믹이 가져온 보건안보의 절실성과 기후변화의 도전은 이미 국가 간 안보 논의의 큰 축을 만들어냈다. 신흥안보와 경제안보의 강화라는 새로운 과제가 우리 앞에 있다.


최근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 테드로스 거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을 비롯한 정계, 국제기구, 그리고 산업계의 주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외교부가 지난 21~22일 개최한 세계신안보포럼에서는 보건, 사이버, 신흥기술, 기후변화 등 다양한 분야의 신흥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협력에 대해 다각적인 논의가 진행됐다. 이 의제들은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대응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데 참여진 모두가 공감했다.


신흥안보의 의제는 오는 29~30일 개최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와도 궤를 같이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4개 파트너 국가와 우크라이나, 조지아, 그리고 회원국 가입을 신청한 스웨덴과 핀란드가 참석하는 대대적 규모의 이번 정상회의는 나토의 적극적인 역외활동과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 연대를 통해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새로운 전략적 개념을 만들어낼 주요한 전환점이다. 한국 대통령이 처음 참석하는 이번 나토정상회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표방하는 한국으로서는 안보협력의 외연확대와 한·나토 글로벌 파트너십을 공고히 할 기회다. 한·나토 협력은 우리가 2006년 나토의 글로벌 파트너국이 된 이래 점진적으로 발전·심화돼왔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의는 우리와 나토 협력구도를 격상시킬 절호의 기회다. 신흥안보에 대한 논의는 그 열쇠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기술 선도국으로서 한국이 신흥안보 위협 대응 공조를 선도할 역량을 가졌다고 평가하면서 향후 역할에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경제·무역 규모도 글로벌 10위권으로 진입했고,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소재의 글로벌 공급망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은 그간 여러 번의 양자·다자 외교무대에서 글로벌 안보 의제에의 참여를 발표해왔지만 그 실행에 있어서는 국제적인 기대를 흡족하게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나토와 협력은 단순한 다자외교적 논의를 넘어 나토 조달사업과 표준화 작업에의 참여, 방위산업의 진출 기회 확대 등 다양한 부가적 기회를 도출한다. 수동적 방어 체제 구축으로는 안보강국이 될 수 없다. 경제안보와 신흥안보의 강화는 더 능동적인 시각에서 외교, 국방, 정보, 산업 분야가 맞물리는 긴밀한 민·관 파트너십이 형성됐을 때 가능하다. 전문가와 정책결정자 간 지속적인 논의의 장이 마련돼야 하고 이를 위한 컨트롤타워 구축도 절실하다. 거기서 도출되는 필요성과 결과물을 가지고 한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국제평화안보에 기여해 나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재승 고려대학교 국제대학 장 모네 석좌교수


출처: http://news.heraldcorp.com/military/view.php?ud=20220623000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