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제재의 시대속에서 살아남는 법 [강문성의 경제 돋보기]


- 경제 제재 효과성은 논란이 분분

- 한국, 한반도 주변 넘어 이슈에 집중해야

 


[경제 돋보기]

 

그야말로경제 제재의 시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국가들과 국제기구가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 밖에 2006년 이후 지속돼 온 대북 제재,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유럽연합(EU)의 무기 금수 조치와 홍콩 정상화에 대한 미국의 행정 명령 13936호 등 다양한 경제 제재가 존재한다.

 

경제 제재는 특정 국가·그룹·개인을 대상으로 하나의 국가 또는 복수의 국가가 부과하는 상업적·금융적 제재를 지칭한다. 특정 국가가 독자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도 있고 복수의 국가와 연합해 제재를 가하거나 관련 국제기구를 통한 다자 제재 역시 가능하다.

 

경제 제재의 형태 측면에서는 금수 조치, 추가적인 관세 부과 등과 같은 무역 장벽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금융 거래에 대한 제재, 정치 지도자 등 특정 인물을 선별적으로 제재하는 형태로까지 활용되는 등 점차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또 미국·EU·국제기구 등의 경제 제재는 특별법, 대통령 행정 명령 등 법적 근거를 통해 투명한 편이지만 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체제가 부과하는 경제 제재는 다소 불투명한 실정이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와 관련해 한국 역시 경험했듯이 중국의 경제 제재는 비공식적인 채널을 선호하고 위협 과정 없이 전격적으로 경제 제재가 실행된다.

 

그러면 이러한 경제 제재는 효과적일까. 경제 제재를 부과함으로써 의도했던 목표의 달성 여부 측면에서 그 효과성은 논란이 분분하다. 제재의 성공을 어떻게 정의할지, 표본 선정의 편파성(selection bias), 인과 관계 등 다양한 고려 요인이 있지만 성공한 사례보다는 실패한 사례가 더 많다. 또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요인 역시 여러 측면에서 고려돼야 하는데 피제재 국가 측면에서는 결집 효과, 3국 우회 효과, 정치 체제 등에 좌우되고 제재 국가가 얼마나 관련 경제 제재를 모니터링하고 이행하는지 역시 중요한 결정 요인이다.

 

하지만 제재를 받는 국가에 대한 경제적·부정적 영향은 피할 수 없다. 세계화가 심화된 세계 경제 체제 속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부정적 여파가 다른 국가로 확산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혹독한 경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 사례가 단적인 예다. 침공 직전 미 달러당 75루블이던 환율은 지난 3월 초 135루블까지 치솟았다. 외환 보유액 동결, 국가 간 결제 수단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배제 등으로 대금 결제에 장애가 생기고 러시아의 에너지·원자재 수출이 여의치 않아지자 외환 시장에서 루블화를 방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너지·원료·식량 등의 품목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가 제외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되기 시작했고 글로벌 금융 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지자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면서 경기 침체를 동반한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경제 안보라는 개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모두 자국의 국가 안보와 경제를 내세워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대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한국 경제 역시 직접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고 살 수는 없다. 하지만 한반도 주변 상황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경제 안보의 정책 방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한국 정부는 좀 더 큰 그림 속에서 경제 안보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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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0/0000060627?sid=101